오래 된 클리셰
해가 하늘 위로 떠 오른
사막 한가운데의 어느 한 마을
두 명의 남성이 서로를 마주 보며
자신의 총을 꺼내 서로에게 발사합니다.
서부극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기 쉬운
장면으로 서부영화를 안 본 사람들도
쉽게 머릿속에서 떠올리는 장면입니다.
이러한 긴장감 있는 장면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하나의 소품이 있다면
바로 정적 가운데 바람에 의해 굴러다니는
이름 모를 풀더미입니다.
여러 창작물 속에서
썰렁하거나 허전하거나 공허한 장면에서
어디선가 나타나서는 굴러가는
이 이름 모를 풀더미
이 풀더미는 과연 무엇일까요?
오늘도 굴러다니는 회전초
이렇게 바람이 불면 여기 저기 굴러가는
풀더미의 이름은 회전초
영어로는 tumbleweed라고 불리는데요.
이름이나 특성에서 알 수 있듯
특정한 종이 아니라 바람에 굴러
이리저리 굴러가는 특징이 있는 식물을
묶어 회전초라고 합니다.
그중에서 우리가 흔히 아는
미국 사막에 굴러다니는 회전초는
미국 서부의 상징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사실 러시아에서 온 식물로
그 정체는 지느러미엉겅퀴(러시아 엉겅퀴)라 불리는
식물입니다.
이 러시아산 식물이 미국에 정착하여
서부영화의 상징이 된 과정은
크고 깊은 이야기가 있기보단
그저 우연의 일치로
1800년대 중반 미국에서 아마를 수입하면서
우연히 섞여 들어가 미국에 정착해버린
지느러미엉겅퀴가 미국 서부에 있는 사막에서
번창하면서 자연스럽게 서부극의 상징이 됐습니다.
즉 우리 생각과 달리
회전초는 미국 본토에서 살아온 상징적 식물이 아닌
우연히 들어와서 수를 늘리는 외래 침입 식물입니다.
이런 회전초는 한둘이 굴러다니는
작고 귀여운 창작물 속 이미지와는 달리
실제로는 거대해지기도 하며
엄청나게 많은 무리가 바람에 날아다녀
공포를 유발하기도 하는데요.
거기에 건조한 환경에서
자라나는 식물답게
수분이 적어 불에 잘 타
자칫하면 의도하지 않은
거대한 화염 폭풍을
만들어내기도 한답니다.
이런 공포의 대상이 하늘과 땅을 안 가리고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이유는 다름 아닌
씨앗을 퍼트리기 위한 수단인데요.
사실 회전초가 굴러다니기 이전부터
이미 그 회전초는 죽은 상태로
이미 이전에 완전히 그 줄기가 말라버려
작은 충격에도 쉽게 뿌리와 몸통이 분리되어
몸통이 바람 따라 이리저리 저항 없이 날아다니면서
이곳저곳을 부딪히는 등의 충격으로 씨를 퍼트리는 식물입니다.
이렇게 목숨을 잃었지만
그렇기에 자신을 속박하던 뿌리에서 벗어나
자유로이 세상을 떠돌며 씨앗을 퍼트리는 회전초
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거대하고 무서운 풀더미의 습격이지만
그 이야기를 알고보면
자신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해
자손을 남기는 놀라운 회전초의 이야기
여러분들은 어떤 느낌이 드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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